키르키즈스탄 소식

제목  신년 소식
이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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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지난 11년 동안 키르기즈스탄에 살면서 가장 추웠던 한 해였습니다. 키르기즈스탄 대부분의 지역이 영하 18도까지 내려 가고 산간 지방은 영하 45도까지 내려가기도 했었습니다. 문에 얼음이 얼어서 매일 두드려서 떼어내고, 얼음 때문에 겨울 내내 문이 잘 닫히지도 않습니다.

셋집이라 물 파이프를 땅 속 깊이 파서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어려워 밖에 탑을 용접하여 세우고 200리터 물통을 올렸는데 파이프를 꽁꽁 쌌는데도 얼어버려서 순간 온수기를 만들어서 설치하는 등 겨울 내내 추위와 싸우고 있습니다.

며칠 전 설날에 주찬이가 울면서 전화를 해 왔습니다. 주영이가 친척들의 말을 안 들어서 혼냈는데, 울면서 짐을 가지고 서산 이모 집으로 가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반절은 설득하고 반절은 자신이 동의해서 한국에 갔는데, 갈수록 불만이 늘어가고 그것이 비뚤어진 형태로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 자녀를 한국에 떠나 보내는 것이 마치 독수리가 자기 새끼를 벼랑에서 밀어 버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지금 날려 보내지 않으면 높은 창공을 날아 힘차게 날아 오르지 못할 것 같아 억지로라도 날개짓을 시키려고 했던 것이죠. 특별히 막내 주영이를 떠나 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둥지를 떠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새끼를 막무가내로 밀쳐 내는 것과 같았습니다.

주영이가 한국에 가서 여기저기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스스로 상처를 받을 때마다 저희들의 마음도 많이 쓰라립니다. 며칠 동안 매일 일기를 메일로 보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면서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겠다고 할 때마다, 혹은 키르기즈스탄을 떠나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할 때마다 왜 그 아이를 한국으로 떠나 보내야 했는지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의 밧켄의 환경이 여러 가지 면에서 척박하고 또 주영이의 인생을 위해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떠나 보냈지만,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꾸만 한국이 싫다고 하는 주영이의 모습을 지켜 보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이미 키르기즈스탄에서 너무 오래 너무 깊이 뿌리를 내렸는데 억지로 뽑아 이식하는 과정에서 뿌리가 많이 상한 것일까요? 가끔은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씩씩한 척을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내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본심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 친구들과 주고 받는 대화 때문에도 이곳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엠케이인 저희 자녀들에 대해 설명을 잘 해도 그들이 자라온 삶을 다 알지 못하는 한 그들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기 의지와는 달리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낯선 땅에 와서, 갑자기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학교를 다녀야 했던 것이 작지도 적지도 않은 스트레스였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적응할만하면 옮겨 다녀야 했던 학교와 그 때마다 옷을 갈아 입듯 바꿔 사귀어야 했던 친구들을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한국에서 손님이 오거나 엠케이 교사가 오면 엄청 행복해 하다가도 그들을 떠나 보내고 난 다음엔 온 종일 눈물을 흘렸던 일들도 기억납니다.

한 번은 남자 아이가 던진 돌멩이에 주영이가 맞아 분한 마음에 그 아이에게 돌멩이를 던졌는데 공교롭게도 머리에 맞아 피가 터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놀림을 받고 돌에 맞은 것도 분한데 경찰에 신고를 받아 조사를 받아야 했던 것은 어린 여자 아이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입니다. 사실은 부모인 저희가 더 놀랐죠. 주찬, 주진, 주영이가 지구촌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직접 수학기간기록표(또는 학적란)를 작성해 줄 때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7~8 번씩이나 옮겨 다녀야 했던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들을 되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희들이 부모로서 제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부족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는 자책을 해 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몇 번의 홍역을 앓아야 건강하고 충분히 강해질 수 있을까요? 사실은 그 때마다 부모인 저희도 지독한 홍역을 앓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도 더 성장해 가고 있기도 하죠. 주찬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컴퓨터 오락실에서 놀다 와서 거짓말을 할 때마다, 그리고 점점 반항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때마다 정작 당황스러운 것은 저희 부모들이었습니다.

그것이 외국이어서 더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주찬이가 외국인이어서 학교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되어 방황을 하게 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주찬이를 타이르다 안 되면 책망하고 때로는 윽박지르고 때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의 홍역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 모두의 홍역을 함께 앓아야 하고, 또 이겨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어려움이 많았었다고 푸념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엠케이였기 때문에 경험하고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니까요.

혹은 ‘그렇게 아이들을 끝까지 곁에서 지켜 주고 양육시켜 주지 못하고 일찍 품에서 떠나 보낼 것 같으면 왜 낳았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꼭 그렇게까지 하면서 하나님 일 해야 하는 거야?’ 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저희 아이들을 최고의 방법으로 양육하지 못한 최고의 부모가 아니라는 점에는 추호의 변명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마 10:37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인생은 과정만을 보고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될 때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고 그것을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 현재의 아픔과 눈물이 미래의 진주가 되는 것이라면 지금 겪고 있는 아픔과 눈물은 그 자체로 지극히 귀한 것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진주조개가 오랫 동안 아픔을 겪고 또 여겨내야 한 알의 보배로운 진주가 탄생하게 되는 것처럼, 현재 우리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가난과 외로움과 아픔 또한 미래의 진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평범하고 순탄하게 자라 주기를 더 바랐지만, 실제로는 기대와는 달리 너무 많은 어려움들을 겪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큰 아들 주찬이는 이제 대학에 진학하면 생활비 정도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어야 합니다. 또 남들 다 가는 군대도 가야 합니다.

주진이는 대학 입시을 준비해야 하고, 주영이는 또 다시 새로운 아이들과 사귀어야 합니다. 한국과 키르기즈스탄의 비행거리가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명절에 서울에서 시골에 가는 거리 밖에 안되지만, 경비도 많이 들고 한국에 자주 들어가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또 졸업하는 일들이 반복되지만 그 때마다 찾아가서 격려하고 축하 한 번 해 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만 품고 살아갑니다.

나무는 가지가 생기는 곳에서 괭이가 생기죠. 그리고 그 가지가 커 가면서 괭이도 커 가고요. 가지가 커 가면 바람도 더 많이 받습니다. 이런 모든 힘든 환경들을 잘 이겨내고 나무 깊이 박힌 괭이 때문에 튼튼하고 훌륭한 재목이 된다고 하죠. 우리 자녀들에게도 그런 괭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또 저희에게는 우리 몫에 아이들 것까지 더 늘어나네요. 현재는 우리가 괭이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아름다운 간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에게는 이런 기대가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낳았지만 품어 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하나님 아버지께서 품어 주실 것이고, 우리가 끝가지 곁에서 지켜 주고 길러 주지는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저들을 눈동자처럼 지켜 주시며 길러 주실 것을…… 우리는 그들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아이들을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 최고의 작품으로 만드시기 위해 지금까지 평범하지 않은 길과 방법으로 그들을 빚으시는 중이시라는 것을……. 지금은 막 따뜻한 부모 품에서 차갑고 험한 세상에 내동댕이쳐져서 연약한 몸짓으로 외롭게 거센 바람과 맞서야 하지만, 머지 않아 그 날개짓이 점점 강해져서 어떤 추위에도 창공을 훨훨 날아 오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우리 자녀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항상 업고 다니는 것보다 넘어지고 자빠지더라도 그들 스스로 걸음마를 배우고 걷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아이가 넘어지면 그것을 지켜 보는 부모의 마음이 훨씬 더 아팠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더 큰 유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롬 8:28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기도 제목

1. 주찬이가 대학에서 성실하게 공부하고 생활하며, 무엇보다도 모든 일에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생과 홀로서기를 배워 갈 수 있도록

2. 주진이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또한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올바로 선정하도록

3. 주영이가 한국 생활을 잘 적응하고 또 성령과 기쁨이 충만하도록

4. 제 아내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잘 이겨내고 밧켄에서의 단순한 삶을 잘 채워가도록

2012-01-26 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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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 읽는 내내 마음의 절임이 있네요. 하나님의 진정한 자녀임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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