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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명 나눔터

제목

26년..

이름

주원맘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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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18을 맞이하여 어느 목사님의 실화 한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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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의 봄]

1. 그때 난 중학교 1학년, 멋모르는 철부지 소년이었다. 잠잠했던 광주의 5월에 총성이 울려 퍼지고 고요한 남쪽의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5월 17일, 휴교령이 내린 그 날! 난 그 날, 창밖을 바라보며 주르르 눈물을 흘리던 국어 선생님의 슬픈 모습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날은 아침부터 뒤숭숭했었다. 1교시 수업부터 우리는 자율학습을 했고, 선생님들은 교무실에서 모여 긴급회의를 했다. 대학가 주변에서 연일 시위가 펼쳐지곤 했지만, 오늘 12시에는 광주의 전 시민이 궐기한다는 얘기가 있어 선생님들이 대책을 세우느라 여간 분주한게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10시쯤 되었을까? 급하게 교실로 들어오신 담임선생님, 버스가 끊겼다는 얘기를 들려주시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광주의 중심가 충장로의 끝자락에 있었다. 교정을 나선 나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시내로 향했고, 가는 곳곳에서 완전무장을 한 채 단검을 꽂은 M16 소총을 들고 있는 공수부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멋모르는 철부지들이었지만 말 못할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갑자기 총성이 들리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마구 뛴다. 아비규환~!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충장로 옆, 시내 가까이에 학교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꽃잎, 중학생 누나들이 스러져갔다. 멋모르는 어린 소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마구 내달렸고 그 날에 쓰러진 주검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날, 형님이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온 가족이 걱정했고 자정이 다되어서야 들어온 형님의 얼굴은 겁에 하얗게 질려있었다.

2.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냈다. 목회자이신 아버지께서 광주로 부임해온 까닭에 나의 성장기를 광주에서 보냈고 광주에서 대학까지 마쳤다. 아버지는 경상도 창원, 어머니는 전라도 나주 분이시다. 어린 시절 나는 고교야구를 좋아했는데, 형님이 광주일고를 응원할 때면 난 어김없이 부산상고를 응원했다. 프로야구가 시작될 무렵, 형님은 해태의 열렬 팬이었으나 난 변함없이 부산 갈매기, 롯데 편이었다. 갈매기 끼룩끼룩 대던 내 어릴 적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었고 그 향수는 오랫동안 날 떠나지 않고 있었다.

동과 서가 만나 태어난 나, 갈매기 끼룩대던 고향에 대한 향수가 가득했던 그런 나에게 광주의 5월은 어떤 의미였을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부른다. 그들은 5월, 광주의 봄에 자꾸만 빨간색을 덧칠한다. 민주주의를 전복하고 쿠테타를 일으키려고 한 빨갱이들의 책동이었다고 앵무새처럼 읊조린다. 그런데, 그런데 그들이 과연 광주의 5월을 알까? 그들이 광주의 5월을 알기나 하는 걸까?

그날, 내가 본 광주의 5월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평온하던 시내를 총성으로 뒤덮고 미친 듯이 총칼로 아무나 쏘고 찔러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누가 그들에게 그것을 허락했는가? 광주 시민 전부를 다 죽여도 좋다는 소문이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공중사격이 있을 거라 해서 교회 청년들이 3층 상가교회당의 유리창 문을 주욱 이불로 둘러싸고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이모부는 그때 얼굴에 총을 맞아 하루아침에 불구가 되었다. 어스럼한 해질 무렵, 모두들 집안에 갇혀 나가지도 못하고 있을 때,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나 싶어 커텐을 젖히고 2층 창밖을 쳐다보는 순간 갑자기 날아든 총알 한발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알루미늄 샤슈를 뚫고 내 사촌여동생의 이마를 스쳐지나갔던 그 총알은 이모부의 턱을 관통했다. 아마 샷슈를 뚫지 않고 바로 총알이 날아들었다면 내 사촌여동생은 이미 이 세상 목숨이 아니었을 것이다. 피비린내~! 턱이 박살나서 날아가 버렸다. 외마디 절규! 거실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누가 그랬을까? 아무 것도 모르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이 순진한 사람들에게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

예배당 앞 6차선 도로, 바리케이트로 쌓아올린 타다 만 폐타이어의 찌를 듯한 냄새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아직은 모두가 잠든 무렵,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에 잠을 깬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텔레비전에서, '전우'에서나 보았던 수많은 탱크들! 탱크 수 십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청으로 향하고 있다. 그날 도청에선 수많은 청년학생들이 피를 뿌리고 그렇게 소리없이 죽어갔다. 영화 속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에서처럼 말이다.

3. 나의 정치적 색깔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땅의 슬픈 현실을 아파하는 사람이다. 정의와 형평이 가득하고 인애가 실현되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그래서 진보인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론 보수이다. 진보의 탈규범 해체주의와 무제한의 인권논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성경이 말하는 도덕과 윤리, 규범 등의 보수적 가치를 사랑한다. 나는 성경적인 세계관으로 세상을 보고자하고 성경적인 가치관으로 세상을 평가하고자 한다. 죄 많은 이 세상 속에서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서고 싶을 뿐이다.

나는 5.18의 희생을 권력삼아 민주를 가장한 채 비민주를 외치는 극단적인 종북주의자들이 싫다. 하지만 그들을 빌미삼아 진보진영 모두를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가는 극단적인 정치현실은 더욱 싫다. 나는 친일파와 군부독재, 그리고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신들만의 기득권과 역겨운 탐욕으로 점철된 이 땅의 개발세력이 싫다. 하지만 그들을 빌미삼아 보수진영 모두를 모조건 수구꼴통으로 몰아가는 극단적인 정치현실은 더더욱 싫다.

이 땅에 올바른 정치문화가 정착되는 그 날은 정말로 요원한 건가? 색깔론으로 서로를 덧칠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과 그 신념의 실천을 위해 참되고 정직하게 정치하는 정치인들은 기대할 수 없는 걸까? 극단적인 좌우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묻지마 식의 편가르기에 휩쓸리지 않는 좀 더 성숙한 국민들의 모습은 기대할 수 없는 걸까?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몰표 몰아주기에 앞장서는 무뇌아인 한국교회에게서 성경적 세계관을 겸비한 성숙한 교회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5월, 광주의 봄을 떠올리며 갖게 되는 생각이다.

2012-05-18 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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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그 때 난 고1이었다. 오늘은 왠지 언제나 그랬듯이 아침부터 마음이 무겁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때 무엇을 하였을까?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안현수	전 81년 생인데.. 아주 어렸을 때, 80년대 중반까지도 최루탄의 고통스럽던 냄새가 거리와 학교를 메웠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