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독생자 알기
지광진
조금 특별한 목수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의 직업은 다름아닌 목수였다. 평범한 시골의 마구간에서 태어난 이 목수는 왕보다 더한 존경을 받으며 수많은 추종자를 이끌고 다녔다. 그의 언행은 모범과 귀감을 넘어 모든 이들의 삶에 목적이자 표본이 되었다. 평범한 목수들이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무너질 집을 지었다면, 그는 사람들 마음 속에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안식처를 지었다. 그 분의 탄생 이전과 이후로 역사는 나뉘었고, 그분의 생일 또한 많은 나라에서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2,000년 전부터 주목을 받았고 2,000년 후에도 주목 받을 분이자, 이 세상 모든 교회의 주인이시며, 이름 앞에 ‘님’이라는 호칭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몇 안 되는 인물. 그 분의 이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 분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예수 그리스도를 제외하면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진다. 역사, 종교, 정치, 문화, 예술 등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 예수께선 당연하게도 단순한 목수로서의 삶만을 사시진 않으셨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 제 23문답은 그리스도의 직분을 체계적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구속자로 무슨 직분을 행하시는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구속자로, 선지자와 제사장과 왕의 직분을 행하시되, 낮아지시고 높아지신 두 상태에서 하신다.' 신의 독생자로 태어나, 인류의 중보자로서 선지자와 제사장, 그리고 왕의 직분을 스스로 낮아지시고, 한편으론 높아지시며 행한 것이다. 이처럼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직책과 지위를 그리스도께서는 체계적으로 수행해나가셨다. 그 분의 일이 어떻게 구별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예언하고, 집전하고, 다스리다
예수님의 세가지 분화된 역할 중 첫 번째는 제 24문답이 말해준다.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선지자의 직분을 행하시는가?’ ‘그리스도께서 그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에게 우리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심으로 선지자 직분을 행하신다.’ 그리스도 이전의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신의 뜻을 부분적으로나마 소개한다던지, 자신들은 신발끈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더욱 뛰어난 선지자를 예견하곤 했다. 그들은 계시 받은 내용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불완전한 선지자인 셈이다. 이에 반해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유일한 아들로써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보았기에 어떠한 것도 말할 수 있는 완전한 선지자이시다. 신의 구원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포자임과 동시에 자신이 그 구원의 참여자임으로 그리스도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선지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직분으로 ‘그리스도께서는 어떻게 제사장의 직분을 행하시는가?’ ‘그리스도께서 제사장의 직분을 행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키시려고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간구하시어 단번에 자신을 제물로 드리는 것이다.’ 제 25문답이 설명하는 제사장의 직분은 선지자로서의 직분과 마찬가지로 기존 제사장들과는 본질 자체가 다르다. 구약의 제사장들이 대속을 위해 속죄양의 배를 갈랐지만 그것으로 하나님의 공의를 완벽히 채울 수는 없었다. 생명의 언약을 깨뜨린 죄에 대한 보석금은 어떤 제사장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이 다시금 하나님께 떳떳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분이셨다. 마찬가지로 그 방법을 거행할 자격을 갖춘 유일한 제사장이셨으며, 공교롭게도 그 자신이 유일한 제물이었다. 대속자이시자 동시에 대속물인 그리스도는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제사를 집례하신다. 자신이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 못박혀 찢긴 것이다. 이 위대하신 제사장 이래로 우리는 다시 하나님께 고개를 들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제 26문답이 말하는 바와 같이 그리스도는 우리를 통치하는 직분을 행하신다.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왕의 직분을 행하시는가?’ ‘그리스도께서 왕의 직분을 행하시는 것은, 우리를 그분께 복종케 하시고, 우리를 다스리고, 보호하시고, 그와 우리의 모든 원수를 막고 이기시는 것이다.‘ 아무리 길을 알려주고, 하나님과의 화평을 이끌어내도 그리스도께서 보살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혼란한 양의 무리에 불과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잘 알기에 직접 왕으로 군림하시어 우리를 통치한다. 과거와 현재의 통치자와는 다르게 우리의 왕께서는 영토나 재정, 군사력에 국한되지 않으신 채 오직 천국의 법으로 나라를 바로 세운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모든 원수와 대적자에게 철저한 복수와 응징을 다짐하신다. 그리스도께서 주의 우편에 앉아 결코 패할 수 없는 친정을 행하시기에 우리는 안심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비천한 왕자와 고귀한 거지
이렇게 예수께서 행하신 직분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같이 생각해볼 사항이 있다. 그 분이 여러 직책에 임하며 어떤 상태로 있으셨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한 없이 낮아지셨다.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은 그의 출생 자체와, 천한 신분으로 나신 것과, 율법 아래 복종하시고, 이생의 비참과 하나님의 진노와, 십자가에서의 저주의 죽음을 받으시고 장사되어, 얼마 동안 죽음의 권세 아래 거하신 것이다.’ 제 27문답이 서술하는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짧게 말하면 인생의 생로병사를 겪으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현세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보다 구유 속에서 태어나 목수의 아들로 살았던 예수님께서 우리를 긍휼히 여길 경험들을 더 많이 하지 않으셨을까. 더욱 송구스럽게 만드는 사실은 이 낮아지심이 그리스도께서 기쁜 마음으로 자처하셨다는 데 있다. 이로써 그리스도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실천이 어떠한 것인지 몸소 보이신 유일한 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높아지심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스도의 높아지심은, 사흘 만에 죽음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과 하늘로 올라가신 것과 하나님 아버지의 우편에 앉아 계신 것과 마지막 날에 세상을 심판하러 오시는 것이다.’ 제 28문답은 네 가지로 구성된 그리스도의 승격 지위를 알려준다. 완전한 하나님이자 완전한 인간인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정복하심으로 온 세상에 자신이 메시아임을 증명하셨다. 예수께서는 부활 직후 40일간의 마지막 가르침을 끝으로 또 한번의 죽음이 아닌, 본디 있던 곳으로 승천하신다. 승천하신 후 하나님의 우편에 자리잡아 주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다스려 주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예수께선 마지막 날 다시 지상에 다다라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임을 약속하신다. 부활, 승천, 우편에 앉으심과 재림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께서는 한없이 높아지심으로써 우리가 그를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드러내신다.
예수께서는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거지’에 나오는 인물들 같으셨다. 거지의 삶이 궁금해 왕궁의 제복을 벗어 던지고 누더기를 걸친 왕자와 가장 비천한 처지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으로 탈바꿈한 거지처럼 말이다. 물론 동화 속 이야기와는 다른 점이 많다. 낮아지고 높아졌던 왕자와 거지는 그리스도 한 분이셨고, 그 분께서 누더기를 걸치셨던 것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왕자의 옷을 입은 것 또한 우리를 긍휼히 여기신 탓이었던 것이다. 고귀한 왕자이시지만 한없이 낮아져 우리의 삶을 긍휼히 보실 줄 알고, 비천한 거지이셨다가도 가장 높은 분 옆에 앉아 우리를 다스리시는 분. 오직 그러실 수 있는 분은 단 한 분, 예수 그리스도 뿐이다.
사나 죽으나 나를 위로해주실 분
세상이 아무리 다재 다능한 인물을 추구해도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제외하면 말이다. 예수께서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을 수 없는 완전한 사람으로 내려오셨다. 완전한 사람이었기에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구원을 말하는 선지자일 수 있었고, 인류의 죄와 고통을 오롯이 가져가 죄를 씻어준 제사장일 수 있었다. 또한 방황하는 인류의 백성들을 사랑과 공의로 보살피고 지켜줄 왕일 수 있었으며, 아무에게도 위로 받을 수 없을 때 피난처가 될 마음의 집을 지어준 목수일 수 있었다. 우리를 위해 그리스도는 기꺼이 무거운 십자가를 진 채 낮아지시고, 마찬가지로 무덤을 박차고 하나님 우편에서 높아지셨음을 기억하자. 사나 죽으나 당신이 있기에 위로가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당신이 행한 수많은 일들을 기억하겠다. 당신만이 주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왔고, 당신만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음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겠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에서 내려 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졸며 도착한 제 방 침대를 바라 보며 이제 막 누우려는데, 문득 내가 전주에 다녀와 무엇을 느꼈는가에 관한 질문이 머리를 스칩니다. 질문과 동시에 떠오른 대답이자, 그리고 제가 매 순간 신앙의 벽을 바라보며 생각했던 답은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수련회를 통해 배웠던 요리문답, 레위기, 성경 읽기보다 더 중요한 깨달음. 그것은 바로 저는 참 무지하다는 또 한번의 통념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묵혀두었던 글을 다시 꺼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던 '숙제'들을 다시 봅니다. 사람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깨달았던 그 날의 감동을 이번 강연회를 통해 상기하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양이 되겠습니다.
수련회 마지막까지 저희를 무사히 데려다주신 목사님께 특히 감사를 드리며, 조금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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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3 00:3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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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상 |
수련회 기간 중에 자연스러우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며 흐뭇 or 대견... 그리고 나의 옛 생각(?)도 나고 ㅎㅎㅎ 이번 후기도 중요한 포인트를 잘 챙겨 먹은 것 같아서 칭찬하고 싶고, 감사하고, 그러네!! 다음 숙제도 주중에 올려주길, 기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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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상 |
"비천한 왕자와 고귀한 거지" 소제목 참 인상깊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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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 |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단 더 의지하고, 고백하는 모습이길 기도할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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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준 |
광진,,, 무덤을 박차고 나오진 않으셨단다ㅡ^: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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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상 |
무덤 돌이 옮겨졌으니 박차고 나오셨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 뭐 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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